비행기
구로동의 하늘은 김포공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다니는 길목이라 다른 동네에 비해 날아가는 비행기를 크게 볼 수 있다. 구로동의 아이들은 날아가는 비행기를 향해, 옛날 영화에 나오는 영화감독이 예쁜 여자를 발견할 때 취하는 포즈처럼 손가락을 교차시켜 프레임을 만들고 사진 찍는 시늉을 했다. 아이들은 그 상태로 눈을 깜박이며 입으로는 ‘찰칵!’ 하고 카메라 셔터 소리를 냈다. 자신이 찍은 비행기에 번호를 붙이고 그 수가 백이 되면 소원을 빌었다. 한 장소에서 여럿이 같은 비행기를 중복 촬영하는 건 금지. 가장 먼저 발견하고 촬영한 사람이 그 비행기를 갖게 된다. 아이들은 만나면 인사 대신 각자 촬영한 비행기의 수를 확인했다. 중복 촬영 금지 조항을 들먹이며 언제, 어디서 촬영했는지 따져 묻는 건 구로동 아이들에겐 서로를 알아가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였다. 구로동의 아이들은 그렇게 구로동을 공유했다. 아니, 그래서 소원은 이루어졌느냐고? 집 나간 엄마는 우리 형제가 수원으로 갈 때까지 구로동에 오지 않았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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